두 사람이 우연히 만난다. 둘은 한때 연인이었다. 그들은 커피를 마시고, 동네를 산책하고, 멈춰 서고, 다시 걷고, 낡은 집에 들러 추억을 꺼낸다. 서로 말장난을 주고받다가도 투닥거리고, 종종 솟아오르는 어색한 공기에 침묵하다가도, 금세 소꿉놀이를 하고 신나게 춤도 춘다. 그러다가 울먹이고, 울부짖는다. 두 사람의 하루는 그렇게 흘러간다.
캐릭터 스터디를 하듯 두 인물로 한정된 캐스팅, 고향 동네에서의 하루라는 시공간, 7일의 제작기간과 즉흥 대본, 80분이라는 러닝타임까지… 90년대 인디 영화의 워키토키 정서가 떠오르는 <블루 제이>에는 특별한 사건이나 휘황찬란한 눈요기가 없다. 물론 주연 마크 듀플라스와 사라 폴슨의 호연이 빛나지만, 인물들이 걷고 말하고, 가끔 침묵함으로써 여백을 채우는 단순한 리듬과 정서가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영화는 성급하거나 자극적이기보다 감정의 결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시종 섬세하고 차분히 호흡하는데, 흑백 화면 사방에 녹아든 이 살아있음의 서정이 무엇보다 매력적이다.
2016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블루 제이>는 최근의 OTT 안에서 이처럼 작은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일종의 향수를 제공하기도 한다. 물론 여전히 적은 예산의 소규모 영화들은 만들어지고 있지만, 언젠가부터 멈블코어와 워키토키 영화들이 주던 일상의 감각은 한때의 유산처럼 사장되고, 대체로 호러와 공포를 필두로 한 매운맛의 장르물과 충격적인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우리 주변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지 않던가. 종종 OTT와 극장은 앙숙처럼 비교되지만, 코로나 시기를 통과하며 사실상 감상의 측면에서 OTT는 스크린을 흡수하는데 성공했다. 이토록 몰아보기가 자연스러워진 시기에, 우리가 상실한 것은 오히려 TV가 전달하던 시시콜콜한 감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가 배급에 있어 OTT를 선택했다는 점은 꽤나 인상적이다. 데이비드 핀처와 함께 <하우스 오브 카드>(2013)를 내놓기도 했지만, 당시의 넷플릭스는 제작자 뿐만 아니라 포스트 선댄스의 역할을 수행 하기도 했다. 점차 시청자 중심으로 흐름이 재편되어, 오늘날 <오징어 게임>과 같은 대규모 오리지널 IP가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그래서 <블루 제이>는 작은 영화가 작은 화면에 머물 수 있었던, 그 짧은 시절의 몇 안 되는 단서이기도 하다.